신발을 벗고 맨발로 걷는다는 건, 여전히 용기를 내야 하는 일입니다. 마음을 먹어야 하는 일입니다. 주변의 시선을 고스란히 받아내야 하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는 일입니다. 시간의 허락을 구해야 하는 일입니다. 여전히 맨발 걷기는 저에게 그러한 일입니다. 오늘도 그랬습니다. 그렇지만, 그 모든 사항들을 물리치고 맨발로 걸음을 옮겨가면서, 왜 그렇게 망설였나 자책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일단 맨발로 땅 위에 서게 되면, 한 걸음부터 짜릿한 순간을 맛보게 됩니다. 오늘 오후에도 그런 시간을 보냈습니다.
나의 맨발 걷기 코스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공원이 있습니다. 타원형으로 되어 있습니다. 한 바퀴를 돌면 700미터입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걷기를 하는 이들이 걷는 길은 우레탄 로드입니다. 쿠션감을 느낄 수 있다는 이유로 예전에는 꽤나 걷거나 뛰기 좋아했습니다. 맨발 걷기를 알고부터는 별로 걷고 싶지 않은 길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우레탄 로드를 감싸고 있는 숲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말이 숲이지 나무들이 띄엄띄엄 심어져 있는 공간입니다. 처음엔 그 공간을 찾았다가 맨발로 걸을 만한 환경이 아니라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건 마음먹기에 달려 있었습니다. 경사진 그곳을 구석구석 살폈고, 위로도 올라가 보니, 제법 흙길이 펼쳐졌습니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 운동화를 신고 걷는 이들이 조금 있어서 흙길이라 할 수 있는 좁은 공간이 점점 눈에 보였습니다. 공원을 온전하게 한 바퀴 걸어갈 만한 공간은 도저히 완성하지 못했지만, 아래 부분의 흙길을 걷고 윗부분의 흙길을 걸으며 탐사를 해보니, 제가 명명한 코스를 한 차례 걸어보니 10분 정도 걸을 수 있었습니다. 2번 걸으면 20분, 3번 걸으면 맨발 걷기를 30분 해내는 코스가 완성됐습니다. 오늘도 저의 코스를 3번 천천히 걸어 35분 정도 맨발 걷기를 완수했습니다.
맨발로 대지와 접하는 느낌
시작이 어렵지, 일단 시작하고 나면 정말로 좋은 게 맨발 걷기입니다.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혹은 보도블록을 하루 내내 걷다가, 신발을 벗고 양말을 벗어 한 개씩 각각 신발 속에 구겨 놓은 다음 손에 들고 맨발로 흙길 위에 섭니다. 한 발 한 발 걸음을 앞으로 내딛습니다. 개미들은 경계경보가 발령됐는지 분주히 몸을 움직이고, 저의 맨발은 개미들이 다치지 않게 살살 걸음을 옮깁니다. 길 위에 제 멋대로 놓여 있는 온갖 모양의 돌멩이들이 발바닥을 간지럽힙니다. 나뭇가지들이 떨어져 있는 이파리들이 발바닥을 매만집니다. 나무들의 뿌리들이 길 위에 올라와 교차되어 나의 발바닥을 지그시 눌러줍니다. 정확히는 내 발바닥이 그들 위를 밟고 지나갑니다. 때로는 뾰족한 돌멩이가 발바닥을 콕 찌르기도 하지만, 속으로 아야! 하는 정도입니다. 운이 좋은 건지 아직까지는 발에서 피를 본 적은 없습니다. 완전하게 무장해제 된 발로 걸어가기에, 나의 두 눈과 모든 감각은 온전히 흙길에 집중하게 됩니다. 아직까진 온전히 모든 감각을 대지와 맞추는 경지는 아닌지라, 이어폰을 착용하고 유튜브 감상을 하는 수준이지만, 두 눈만은 흙길을 바라보며 발을 옮깁니다. 흙길이 발을 통해 나의 온몸에 전해주는 기운은 느끼면서 걸음을 옮깁니다. 확실히 운동화를 신고 걸을 때 하고는 전혀 다른 걷기의 세계를 느낍니다. 그저 몸과 땅 사이에 놓여 있던 신발이라는 존재를 치우고 몸을 땅과 맞대었을 뿐인데, 꽤 많이 다릅니다. 기분이, 좋습니다. 건강이 좋아진다는 차원이 아니라, 대지와 교감을 한다는 그 느낌이 참 좋습니다.
맨발 걷기, 계속 해보겠습니다
저는 맨발 초초초초보입니다. 얼마 전 포스팅 했을 때는 매일 맨발 걷기를 하고 있다고 쓰긴 했지만, 지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매일 맨발 걷기를 하는 건 큰 용기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일하러 가야 해, 어두워졌어, 늦었어, 내일 하지,라는 무수한 핑곗거리를 만들게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그렇게 매일매일 주저 주저 하며 하루 걸러, 이틀 걸러하는 식으로 맨발 걷기 중입니다. 오늘 오후에 한 35분간의 맨발 걷기도 그러한 주저 끝에 조금 더 용기를 내야 했습니다. 막상 맨발 걷기를 하고 나면 기쁨과 만족감을 준다는 걸 알지만, 오늘도 겨우 했습니다. 그렇지만, 더욱 즐거웠고 더욱 짜릿했습니다. 이러한 맨발 걷기의 기쁨을 또 한 번 공유해 봅니다. 계속, 걸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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