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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가 풀어보는 시니어 정보

맨발 걷기 길의 설치 의무화를 제안하며

by 듀스원 2023.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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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로 걷는 게 좀처럼 쉽지 않은 건, 맨발로 걸을 수 있을 만한 길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전국 각지에서 앞다투어 조성하고 있는 둘레길처럼, 신발을 벗고 맨발로 자연스럽게 걸을 수 있는 자연의 길이 많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도심에 많이 생기기를 바랍니다. 몇 층, 특정 규모 이상의 빌딩이 세워질 때 미술작품 설치에 관한 의무 규정처럼, 맨발 걷기 길에도 그러한 의무 규정이 빠른 시일 내에 생기는 미래를 꿈꾸어 봅니다. 

 

왜 맨발 걷기인가?

<동의보감>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약을 써서 몸을 보호하는 약보(藥補)보다, 좋은 음식으로 원기를 보충하는 식보(食補)가 낫고, 식보보다는 걷는 행보(行補)가 낫다.' 그만큼 걷는 행위가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맨발 걷기라야 하는 걸까요. 예를 들어, 조깅도 있고 파워워킹도 있는데 말이죠. 맨발로 흙길을 걷는 행위는 '접지(接地)'라는 용어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접지란, 말 그대로 '땅과 접촉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쉽고 간단해 보이는 행동을 우리는 의외로 별로 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접지를 방해하는 요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 신발의 존재입니다. 집에서 밖으로 이동을 하려면 당연히 신발을 신어야 합니다. 문제는 신발을 구성하고 있는 대부분의 소재가 부도체라는 점입니다. 지난 19세기 이후 합성소재인 고무로 밑창을 만들어 신발을 신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발과 땅 사이에 신발이 들어와 접지를 방해하고 있습니다. 둘째, 고층 아파트의 존재입니다. 단층의 흙집에서 생활하는 이들은 점점 찾아보기 힘들고, 높아만 가는 고층 건물이나 아파트에서 생활하여 땅과의 접지 차단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환경이 된 지 오래입니다.

 

이러한 생활 환경으로 인해 끊임없이 몸 안에서 생성되는 활성산소들이 중화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활성산소들이 신체 내부 안을 돌아다니면서 건강한 세포를 공격하여 각종 염증이 생겨나게 합니다. 그 염증들은 혈관을 타고 돌면서 각기 다른 신체의 특정 부위에 각종 질병을 유발하게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각종 질병들이 단지 맨발로 숲길을 걷는다는 행위의 반복만으로 치유가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는 이들이 생기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한 경험을 담은 책이 2006년 <맨발로 걷는 즐거움>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책 속에서 저자는 지압 이론에 근거한 '자연의 지압(Natural Reflexology)'을 치유의 이론적인 근거로 제시하였습니다. 그 후 10년의 세월이 흐른 후에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대모산에서 '맨발 걷기 숲길 힐링스쿨'이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개설하여 적지 않은 이들이 함께 맨발로 대모산 속 길 걷기를 실천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고혈압, 당뇨 등에서 눈에 띄게 개선이 되었고, 족저근막염, 무릎 관절염 등의 고통에서 해방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저자는 발이 땅에 닿음으로써 생기는 자연스러운 지압 효과와 대지의 내부에 이른바 '지기(地氣)'와 같은 생명의 에너지가 존재하는 데서 온 결과라는 정도의 생각에서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러다 미국의 전기 엔지니어와 심장의학박사가 저술한 <어싱, 땅과의 접지가 치유한다>는 책을 2010년에 접하면서 비로소 접지(Earthing)에 관한 이론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맨발로 걷는 기적적인 효과를 자연의 지압과 접지라는 두 축으로 설명하게 되었습니다. 그중 오늘은 자연의 지압이 주는 효과에 대해 알아봅니다.

 

 

자연의 지압이 주는 효과

지압이라는 행위는, 이제는 단지 동양에서만 전해오는 신비로운 기술이 아닙니다. 서양에서도 과학적인 연구가 진행되어 왔습니다. 1913년 윌리엄 피츠제럴드 박사는 몸의 특정 부위에 압력을 가하면 관련되어 있는 부위에 마취 효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면서 체계적인 연구가 시작됐습니다. 그는 신체의 각 부위를 수직 구역으로 동등하게 10개로 구분하고, 하나의 부위에 압력을 가하면 해당 부위와 관련되어 있는 신체 기관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학계에 발표했습니다. 1930년대 들어 치료사 유니스 잉햄은 발을 지압하면 몸 전체에 긴장이 풀어지고 질병이 호전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그것이 바로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다양하게 시행되고 있는 발 마사지나 발 지압 등으로 대표되는 자연적인 건강 요법입니다. 

 

맨발 걷기의 효과 역시 지압 이론과 같습니다. 맨발로 대지를 밟게 되면 자연적으로 지표면에 놓여 있는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돌멩이나 나뭇가지, 나무뿌리 등의 다양한 물질들이 걸음을 옮겨갈 때마다 접촉하는 발바닥의 각 부위와 서로 마찰하게 되고, 땅과 그 위에 놓여 있는 각종 물질들이 발바닥의 각 반사구를 눌러주게 되면서 그 자체가 지압을 해주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자연이 제공하는 지압이고, 자연이 자연스럽게 해주는 발 마사지입니다. 게다가 비용을 지불하고 수동적으로 남의 손에 자극과 마찰을 맡기는 행위가 아닌, 스스로 적극적으로 맨땅 혹은 흙길, 숲길을 맨발로 한 걸음 한 걸음 옮겨가면서 자연과 생명을 생각해보게 하는 숭고한 행위입니다. 

 

'접지권'의 입법 혹은 맨발 로드 설치의 의무화

그런 점에서 저자는 일조권이나 조망권 등에 상응하는 권리로서 '접지권'의 입법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일상의 삶에서 땅을 밟고 접지를 하며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동시에 모든 사람이 언제든 신발을 벗고 맨발로 땅을 접할 수 있고, 걸을 수 있게 조성되어 있는 길들을 조성하기를 바랍니다. 발을 씻을 수 있는 시설도 함께 한다면 금상첨화입니다. 일상 공간 주변에 녹지가 있는 공원이 점점 많이 생기고 있는데, 공원 안에는 맨발 걷기 길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법 혹은 조례가 제정되기를 바랍니다.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박동창 저자의 책 <맨발로 걸어라 - 땅이 주는 치유의 선물>을 일독하시기를 강력하게 권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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