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의 생활에서 가장 먼저 챙겨야 하는 건 뭐니 뭐니 해도 건강입니다. 저도 재작년 5월에 당뇨 판정을 받았고, 매일 아침 당뇨와 콜레스테롤 관련 약 3알을 복용 중입니다. 그렇기에 비만을 경계하며 건강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는데요, 10여 년 전에 제 몸을 상대로 임상실험을 하여 2주 만에 7kg을 감량했던 경험이 생각이 나, 그 때 했던 방법을 다시 해볼까 생각하며 이 글을 씁니다.
다이어트 대결을 시작하다
당시 제 몸무게는 75kg이었습니다. 키가 165 정도이니 비만이었습니다. 술을 거의 매일 마셨고, 운동이라고는 집에서 버스정류장 혹은 전철역 정도를 걷는 정도였습니다. 살이 찐다는 건 자신이 느낍니다. 숨을 쉬기가 버거워져 가고, 오래 앉아 있기 불편해지고, 숨을 쉬는 게 편하지 않고, 술을 마시며 안주를 먹을 때 시간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배가 터지도록 불러오면서 그러지 말자 하면서 허리띠의 구멍을 옮깁니다. 즉, 살이 찐다는 건 스스로 견디기 힘들어진다는 겁니다. 그럴 때, 의지가 있는 이들은 다이어트를 생각하게 되고, 적절한 솔루션을 찾곤 합니다.
당시에 하고 있던 방송 프로그램은 정보 매거진이었는데요, 마침 코너 한 개가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매일 저녁 방송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요일 별로 연예인들이 다이어트 대결을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요일 한 개를 담당했고요. 그래서인지, 같이 일하는 피디와 작가들의 관심사 중 하나가 다이어트였습니다. 물론 주된 관심사였고 화제에 자주 올랐다는 얘기였지, 다이어트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하니까 나도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가끔 하는 회식에 더 많은 관심이 있었죠.
그렇습니다. 발단은 회식이었습니다. 그것도 늘 하는 삼겹살 회식이 아닌, 럭셔리 하게 하는 참치회 회식. 하지만 참치회를 여럿이 둘러앉아 포만감 느낄 정도로 먹으려면 회식 진행비로는 턱도 없었습니다. 그때 어떤 피디의 제안이 있었습니다. 참치회 회식을 걸고, 우리 한 달간의 다이어트 대결을 해보는 건 어때요? 제안이 나온 건 연출진이었고, 작가진에서는 섣불리 받겠다고 나선 이들이 없었습니다. 당시 작가진 대여섯 중 저만 남자였습니다. 뭔가 작가진에서는 저라도 나서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결국 피디 4명과 작가 1명으로 총 5명의 다이어트 대결 팀이 마련되었습니다.
모든 스태프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우리 5명은 체중계를 들고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각자의 몸무게를 정확하게 측정해야 할 테니까요. 마침 다 남성인지라, 화장실에 모인 우리는 팬티만 남기고 다 벗은 후, 차례대로 체중계 위에 올랐고 정확하게 종이에 기록을 했습니다. 룰은 심플하게 했습니다. 4주 후에 이 자리에 다시 모여 체중을 재서, 가장 많이 감량한 순서대로 순위를 매기기. 5등부터 2등까지 회비 내기. 당연히 5등이 가장 많이 내고 2등이 세 중에는 가장 적은 금액이 배당되었습니다. 1등은 몸만 오면 되고요.
저는 처음부터 재미있게 생각했거나 의지가 충만한 상태로 합류한 건 아니었습니다. 참가하는 데 의미를 두자는 쪽이었습니다. 그런데, 피디 2명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제작사 가까운 곳에 피트니스클럽을 등록하더라고요. 다른 두 친구도 걷는다, 뛴다, 술을 끊는다 등등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저는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한 주가 지나고 두 주가 지나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경쟁자들의 몸매가 조금씩 조금씩 변하는 게 제가 보이게도 느껴졌습니다. 디데이 2주 정도 남았을 때, 갑자기 위기감이 몰려왔습니다. 사실 5등에게 배정된 금액이 적지 않았습니다. 대결을 시작하고 회비 배정을 했을 당시에 저는 ‘뭐 꼴등이야 하겠어?’라는?’ 생각으로 큰 위기감은 갖지 않았는데, 이거 돌아가는 꼴을 가만히 보아하니 가만히 있다가는 제가 꼴등을 하게 된 겁니다.
이제 2주 정도밖에 안 남았지만, 저도 뭐라도 해야 했습니다. 목표는 3등. 5등과 44등 만은 피해보자는 결심을 한 후, ‘가만, 그럼 살을 빼려면 뭐부터 해야 하지?’ 궁리에 들어갔는데, 어렵지 않게 정한 행동 방침은 일단 2주 간의 금주였습니다. 술 마시면 안주도 많이 먹게 되니까 다이어트의 최강의 적이 음주라는 건 공인된 이론이나 마찬가지죠. 눈물을 머금고 2주 금주를 선포했습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이제 와서 피트니스클럽을 다닌다거나, 사무실에서 집까지 걸어서 다닌다거나 하는 건 무리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먹는 양을 줄인다? 즉 굶는다는 어쩌면 살을 빼는 가장 좋은 방법이 있겠지만, 누구 좋자고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대결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목표는 거나하게 참치회 좀 배 터질 때까지 먹어보자는 것이었지만, 한 달 만이라도 다이어트를 해서 건강한 몸을 가져보는 경험을 하자는 명분이 있었습니다. 그러니, 단식을 해가며 대결을 한다는 건 명분을 거스르는 행위였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나, 궁리를 하고 있을 때 문득, 머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습니다.
밥 따로 물 따로 식사로 다이어트에 도전하다
밥 따로 물 따로 식사하기. 평화방송에서 일하는 피디 친구가 있습니다. 고등학교 동창이기도 하기에 1년에 대여섯 번은 보는 친구죠. 지난 번 모였을 때 살이 꽤 빠졌던 그 친구가 동창들에게 들려줬던 이야기. 자신이 이 방법을 한 달간 실천해 봤는데 9kg을 감량했다는. 그것도 매우 건강하게. 그 친구에게 전화했고, 가물가물했던 그 친구가 했다는 방법을 물었습니다. 간단했습니다. 밥 먹을 때 물을 안 마시기. 좀 더 구체적으로 풀어보면 이렇습니다. 식사 시간을 기준으로 식사 전 2시간과 식사 후 2시간은 물을 마시지 않으면 됩니다. 예를 들어 점심을 12시에 한다면 오전 10시부터는 물을 마시지 않습니다. 12시에 식사하고 나서 2시간 후에 물을 마십니다. 밥 먹고 고기 먹고 반찬 먹고 물 안 마시면 찝찝하니 양치하면서 가글 정도는 봐줍니다. 오후 2시가 되면 비로소 물을 마실 수 있습니다. 만약 저녁 식사를 7시에 한다고 하면 오후 5시까지는 마음껏 물을 마시면 됩니다. 대신 간식이나 군것질은 안 하는 게 좋습니다. 오후 5시부터는 다시 물을 삼가고, 7시 식사해서 7시 30분에 식사를 마치면 밤 9시 30분부터 맘껏 물을 마시면 됩니다. 이것이 바로 ‘밥 따로 물 따로’ 하는 식사인데, 그 친구가 개발한 건 아니고, 책이 있었습니다. <밥 따로 물 따로 음양식사법>입니다.
음양식사법의 이론
2002년 발간되었고, 저자는 이상문이라는 분입니다. 자신이 어려서부터 온갖 병에 시달려 이 방법 저 방법을 시도해 보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알게 되었다는 식사법입니다. 우주만물, 세상만사가 음과 양의 원리에 의해 돌아가고, 인간도 음양의 원리에 따르면 가장 좋다고 합니다. 그러한 원리에 입각해 이렇게 식사를 하면 살이 빠지는 건 물론이고, 온갖 질병을 개선하는 등 건강한 몸과 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보시면 됩니다. 생각나는 개요만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사람이 음식을 먹는 이유는 음식 속에 내재되어 있는 영양을 몸 구석구석 흡수되게 하여 힘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음식물이 입을 통해 식도를 지나 위에 들어가면 위액이 나와 음식을 잘게 부수는 것을 시작으로 인체 구석구석 영양분을 빨아들이고 흡수가 되게 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때 물이 들어오게 되면, 활활 타오르는 불에 물을 확 끼얹어 꺼트리게 된다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영양이 제대로 흡수되지 못해 몸 밖으로 배출된다는 겁니다. 저자가 말하는 가장 안 좋은 식사 방법은 물에 밥 말아 먹는 겁니다. 밥 먹을 때 국에 말아 먹거나 국물을 후루룩 깨끗하게 비우는 행위입니다. 우리 몸에서 필요로 하는 수분은 음식들에 이미 내재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식사를 하고 소화가 되는 동안은 찬물을 확 끼얹지 말고 영양분이 우리 몸 구석구석 잘 흡수되도록 기다리고 물은 그 후에 주어도 충분하다는 논리입니다.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게 없었습니다. 다행이라고나 할까요. 난 국 없으면 밥 못 먹어 하시는 분들 있는데요, 저는 국이나 찌개 같은 게 없어도 밥 먹는 데는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그 방법을 딱 2주 만 해보기로 했습니다. 달리 대안도 없었고요. 식사 후에 2시간 동안 물 안 마시는 거야 타이머를 작동시키면 되니까 어렵지 않은데 정확히 몇 시에 밥을 먹을지 모르는데 미리 2시간 전을 잡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편하게 생각했습니다. 대충 저 시간이면 먹겠구나 하는 짐작으로 했습니다. 그렇게 하니까 식사 전에는 대략 1시간 내외를 물을 안 마셨고, 식사를 마친 후에는 정확하게 2시간 후로 타이머를 맞췄습니다. 이 방법으로 식사를 하니까 확실하게 느낀 게 있었습니다. 물이란 게 이렇게 맛있는 거였구나. 뿐만 아니었습니다. 하루하루 하면서 몸이 가벼워지고 무엇보다 머리가 맑아진 것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밥 따로 물 따로 음양식사법을 2주 동안 했고, 디데이가 왔습니다. 다섯 명의 다이어트 전사들이 한 달 전과 마찬가지로 화장실에 모였고, 팬티만 남기고(누군가는 팬티까지 벗으려 하는 걸 다 같이 말렸습니다) 비장한 표정으로 한 사람씩 체중계 위로 올랐습니다.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저는 몇 등 했냐고요? 2등 했습니다. 7kg을 감량했습니다. 그날 저녁, 우리는 맛있게 참치회를 먹었습니다. 당시 했던 밥 따로 물 따로 다이어트 방법, 시니어에 접어드니, 슬슬 다시 소환해 볼까 하는 생각, 요즘 부쩍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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