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탁구의 자만심
고등학교 때 동네에서 탁구 좀 쳤다고, 아무리 40대가 되어 탁구라켓을 손에 쥐었다 해도, 60~70대는 되어 보이는 시니어에게 무참히 깨질 줄은 몰랐습니다. 그 세월 동안 단 한 차례도 탁구를 쳐보지 않았던 것도 아닙니다. 동창들을 만나곤 하면, 물론 1년에 기껏해야 한두 번 남짓이었지만, 술 한 잔씩하고2차 혹은 3차로 스포츠를 선택할 경우에는 우리에겐 선택지가 2개밖에 없었습니다. 당구 아니면 탁구. 7명 정도가 모였을 때 투표를 하면 늘 당구가 5대 2 정도 이겼습니다. 그래서 거의 당구장으로 갔죠. 동창 7명 중에 당구만 칠 줄 아는 친구는 4명이고 탁구만 칠 줄 아는 친구는 저 혼자입니다. 당구와 탁구의 두 세계를 넘나들며 수준급의 실력을 보유한 친구는 2명입니다. 그러니 순수하게 표 대결을 가면 탁구파가 당구파에게 승리하는 건 요원합니다. 탁구장을 가는 경우는 두 파를 넘나드는 친구들이 당구가 살짝 지겨워진 경우와 저에 대한 측은지심이 발동한 경우입니다. 그렇게 해서 1년에 대여섯 차례 모여서 탁구장을 한 두 번 가는 것입니다. 물론 탁구장에만 가면 저는 펄펄 날아다녔습니다.
시니어 탁구에 무참히 깨지다
그랬기에, 탁구 세계에서 온전히 은퇴한 몸은 아니었기에 40대 후반에 복귀했다 해도 적어도 시니어 탁구인 정도는 어렵지 않게 이기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그분이 구사하는 탁구 기술은 이미 저하고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체력도 내가 좋고, 서브의 종류도 내가 더 많았습니다. 스매싱을 할 때 나오는 파워도 제가 앞섰습니다. 하지만, 그분의 커트와 쇼트 공격에 저는 공격을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생각지 못한 곳으로 찔러 들어오는 공에 저는 당황했고, 어쩌다 스매싱을 할 수 있는 사정거리 안으로 공이 들어왔지만, 타이밍을 놓치거나, 가까스로 스매싱에 성공했어도 네트에 걸리기 일쑤였습니다.
친구들과 경기할 때는 대부분 제가 넣는 서브에서 거의 게임은 끝나곤 했습니다. 제가 구사하는 서브를 어지간한 친구들은 일단 받아넘기지 못합니다. 랠리 자체가 안 됩니다. 저의 서브를 운 좋게 받아 네트를 넘겨 내 구역으로 돌려보냈다 하더라도, 즉 나의 1구를 받아 2구를 만들었다 하더라도 나의 3구를 받지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게임을 조금이라도 오래 즐기려면 나의 실력을 살짝 낮추어 평범한 서브를 줘야 했고 다소 힘이 빠지는 경기운영을 해야 했습니다.
그랬던 내가, 동네 탁구를 나름 주름 잡았다는 내가, 나 역시 중년이 되었지만, 상대는 시니어였기에 자신했던 것인데, 무참히 깨지는 충격적인 결과를 맞이한 겁니다. 하지만, 이왕 다시 탁구계에 들어올 결심을 했기에, 이번에는 스스로 분석하는 모드에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탁구, 일단 레슨이 있어야 한다
내가 무엇이 부족한 걸까. 내 실력이 그 분에 비해 어디가 떨어지는 걸까. 그날 그 분하고만 탁구를 치고 게임을 한 건 아니었습니다. 나보다 서너 살 위인 형님 하고도 즐겁게 탁구를 쳤습니다. 랠리를 했습니다. 그 분이 말했습니다. “잘 치시는데요, 몇 가지만 교정하면 되겠네요.” “네? 혹시, 어떤 걸…” 그 형님이 얘기한 요지는 이랬습니다.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랠리를 하는데 손이 너무 뒤로 간다는 것. 탁구라는 스포츠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탁구공을 적절하게 잘 쳐서 상대방 구역으로 넘겨야 합니다. 상대방이 넘긴 공이 저에게 다가오면 저는 라켓을 쥔 오른손을 뒤로 당겨 반발력으로 공을 타격하여 넘겨야 합니다. 그런데 저의 문제는 라켓을 쥔 손을 불필요하게 뒤로 더 당긴다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타점이 늦어집니다. 둘째, 커트에 공격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다는 것, 커트 대응 기술이 부재하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이 말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상대방이 커트라는 기술로 공을 넘겨오면 제가 할 수 있고,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건 유일무이한 기술은 커트를 통한 응수입니다. 커트는 커트로 응수한다는 건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커트는 랠리로 이어지고 누가 커트를 잘 받아치느냐의 끈기에서 승부가 결정 날 수밖에 없다는 게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저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생각이 고정관념에 불과했다는 걸, 그 형님이 알려주신 겁니다. 물론, 커트를 받아치는 유일한 기술이 탁구에는 있습니다. 바로, 드라이브입니다. 그런데 저는 드라이브 기술을 장착하지 못했었고, 동네 탁구에서는 그럴 필요까지 느끼지 못했기에, 커트에는 커트만 있었습니다. 그런데 상대방의 커트 공격을 스매싱으로 가볍게 넘길 수가 있을 뿐만 아니라 공격이 가능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충격이었습니다. 커트를 스매싱으로 공격하는 게 가능하다는 사실. 알려주는 대로 해보니,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기술을 몸에 습관처럼 장착시키기 위해서는 레슨이 필요했습니다.
탁구는 레슨을 받아야 합니다. 1년이고, 2년이고 계속 레슨을 받으면 금상첨화이겠지만, 적어도 기본을 탄탄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레슨은 필수로 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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