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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가 풀어보는 시니어 정보

시니어 북 리뷰 (3) <뉴그레이> 두 번째 글

by 듀스원 2023.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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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들을 위한 시니어 탐구 리포트 <뉴그레이>를 계속 읽어봅니다. 1부는 당신이 생각하는 노인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제로 시니어에 대한 탐구를 합니다.

 

시니어에게 외면당한 시니어 전용 스마트폰

2007, 독일의 휴대폰 제조회사 피트에이지는 그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스타일의 휴대폰을 선보입니다. 시니어 고객을 위한다는 철학적 기반으로 제작했습니다. 화면 내부의 글자 크기를 키웠고, 버튼들도 큼지막하게 만들었습니다. 오로지 시니어들이 휴대폰이라는 문명의 이기를 편리하게 사용하게 하기 위한다는 명분이었습니다. 요즘 책들도 보며 '큰 글자책'이라고 나오는 것과 비슷한 거겠죠. 그러한 휴대폰의 출시에 시장은 반응했습니다. 노안이 온 시니어 고객들은 문자를 식별하기가 쉬었고, 굽어지거나 움직이기 불편한 손가락이지만 버튼을 누르기도 편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휴대폰이 너무 컸고 꽤 무거웠다는 건데요, 핸드백이나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엔 부담이 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결국 피트에이지가 시니어를 위해 야심 차게 세상에 내놓은 시니어 휴대폰은 시니어에게 외면당했습니다. 시니어에 대한 영리한 탐구가 필요함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입니다.

 

시니어 시장을 막는 건 기업과 브랜드

시니어 시장은 반드시 성장합니다. 대한민국 인구 구성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MZ세대보다 경제력이 크고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집단입니다. 액티브 시니어, 뉴시니어라고 불릴 만큼 왕성한 라이프스타일을 지녀 자녀보다 자신을 위한 소비에 더 적극적인 사람들입니다. 소위 '노인 세대'라고 불렀던 그분들이 이제는 아닙니다. 그러한 분들이 바로 지금, 여기에서 살고 있는, '쑥쑥 성장하고 있는' 시니어인 것입니다. 방송도 그렇습니다. 대한민국의 시니어 시청자는 미디어 소비에서도 발군입니다. 전철을 탈 때마다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 중 가장 열정적인 시청을 하는 분들도 시니어입니다. 간혹 이어폰을 끼지 않고 볼륨을 올리는 바람에 민폐를 끼치는 분들이 없진 않지만요. 이렇듯 시니어는 시장에서 점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니어 시장의 성장을 정체시키는 것은 다름 아닌 기업과 브랜드라고 저자들은 진단합니다. 시장이 시니어의 니즈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시니어를 위한 브랜드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건데요, 기존의 브랜드들은 성장하는 시니어 고객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지는 했다 하더라도 그들을 솔깃하게 하는 제안은 없었다고 합니다. 방송도 메인 타깃 시청자로 2049를 상정하고 프로그램을 제작해나가는 한, 시청자와의 갭은 점점 더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방송을 활발하게 제작하고 있는 스태프들의 많은 부분은 20대이고 30대입니다. 어쩌면 이러한 인적 구성이 시니어를 제대로 파고 드는 프로그램을 생각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렇게 기업과 브랜드가 시니어에 대해 대처를 하지 못한다면 시니어 시장은 물론이고 이는 다른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왜냐, 무엇보다 MZ세대가 시니어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윤여정, 박막례, 김칠두 같은 분들에게 집중하고 있습니다. 자매 같은 모녀, 형제 같은 부자, 친구 같은 조부모와 손자손녀 관계가 늘고 있습니다. MZ세대에게 시니어는 그 자체로 살아 있는 레전드이자 레트로입니다. 결국 우리 모두는 이런저런 이유로 시니어와 연결되어 있고, 시장의 중심이 시니어 세대로 이동하고 있는 지금, 시대의 흐름을 읽어야 하는 마케터에게 시니어를 탐구해야 하는 것은 피해 갈 수 없는 숙제라고, 저자들은 일갈하고 있습니다.

 

시니어를 주목해야 한다

그렇다면 시니어는 어떤 분들일까요. 기업과 브랜드에 대한 그들의 생각은 무엇일까요. 브랜드는 시니어를 무시하고, 광고는 시니어의 모습을 잘못 집고 있습니다. 그들이 바라는 건 이렇습니다. 브랜드가 특정 세대가 아닌 모든 사람을 대표해주기를 바랍니다. 특히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배제당하는 것은 매우 불쾌한 경험이었음을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그분들은 생각보다 활동적이고 유쾌합니다. 그만한 세월을 살아왔기에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시대가 변했습니다. 이제 시장의 화두는 안티에이징이 아니라 웰에이징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움이라는 건 젊다는 것이라는 공식도 깨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시니어를 바꿀 수 없습니다. 그들은 스스로 변화하고 있고, 시대와 세대가 그들을 바꿀 뿐입니다. 시니어, 노인 하면 언젠가부터 실버라 불렀고 실버산업이라 불렀습니다. 우리가 바꿔야 하는 것은 실버가 아니라 '실버산업'입니다. 스타벅스, 애플, 커브스. 이 세 브랜드를 그 어느 누가 실버산업이라 하겠습니까. 식사 하고 나면 스벅 가서 품위 있게 커피 마시는 시니어와 애플워치 정도는 차 줘야 하는 시니어를 우리는 너무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제가 최근에 만났던 작년에 60대에 들어선 선배도 저를 굳이 데리고 간 곳이 스타벅스였습니다. 2030 여성이 아니라, 6070 여성이 아닌 모든 여성을 타깃으로 하여 어렵지 않게 운동에 접근할 수 있게 한 커브스도 시니어가 즐겨 찾는 곳입니다. 이 세 브랜드의 공통점은 어느 한 특정 세대만을 타깃으로 삼은 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공통적인 니즈를 해결했다는 것입니다. 이 것이 바로 에이지리스전략입니다.

이 글의 도입부에서 언급한, 시니어를 위해 시니어가 좋아할 것 같은 모든 궁리를 짜내어 세상에 내놓은 독일 피트에이지가 시니어로부터 외면을 당했던 그 2007년은 바로, 스티브 잡스가 세상에 아이폰을 선보인 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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