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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가 풀어보는 시니어 정보

시니어를 위한 디테일

by 듀스원 2023.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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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의 발견>이라는 책을 보면서 무릎을 탁 하고 칠 때가 자주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참으로 존경스럽다. ? 이런 생각은 나도 해본 적 있었는데, 이들은 실천을 했네. 하는 마음이 절로 드는데요, 읽다보니 시니어를 위한 디테일이라 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장면들도 적지 않게 발견했습니다. 공유할까 합니다.

 

시니어 디테일 'ATM 기기'

역삼역 부근에 있는 신한은행 지점에는 그동안 보아오던 ATM 기기들과는 다른 모양의 기기가 있습니다. 다가가서 보면 큰 글씨가 보이고 메뉴도 딱 4항목만 있습니다. 일반적인 ATM 기기에 쓰여 있는 글씨들하고 크기에서 다르고, 메뉴 카테고리가 심플합니다. 더 중요한 건 각 카테고리의 제목들이 이렇게 되어 있다는 겁니다. [돈 찾기 / 돈 넣기 / 돈 보내기 / 통장 정리]. 참 쉽지 않습니까. ATM 기기를 사용하는 걸 어려워하는 시니어들이 있습니다. 우선 글씨가 작습니다. 기껏해야 돋보기를 비치해놓는 정도입니다. 또한 적혀 있는 메뉴 제목들도 워낙 함축적인 한자어로 되어 있어 한눈에 파악되기 쉽지 않습니다. 어떤 버튼을 눌러야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그에 비해 이 ATM 기기는 시니어들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메뉴 4가지만 남겼고, 제목도 일상어로 바꾸었습니다. 출금을 돈 찾기, 입금은 돈 넣기, 송금은 돈 보내기로 표현한 거죠. 한자어가 너무 많아 순우리말로 바꾸자는 얘기들은 꽤 있지만, 명쾌하게 결론난 적이 없습니다. 순우리말로 할 경우 뜻을 보다 쉽게 전달할 수 있지만, 글자 수가 많아지고 함축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써야 할 때는 쓰는 게 나은데요, ATM 기기는 잘 썼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도 ATM 기기에 정을 느껴본 적이 없는데 친근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디지털 소외를 말할 때 키오스크 앞에서 쩔쩔 매는 시니어를 예로 듭니다. 이러한 ATM 기기가 더 많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맥도널드로 대표되는 수많은 매장에 비치된 키오스크 등도 시니어 디테일을 살리는 시스템이 많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시니어 디테일 '횡단보도 의자'

시니어들은 오래 서 있기 힘듭니다. 그래서 언제, 어디에서든, 쉴 공간이 있으면 신경 쓰지 않고 쉽니다. 기다려야 하는 시간 동안에도 어디 좀 앉을 데 없나 두리번거리기 바쁩니다. 우리 사회가 시니어들을 위한 생각을 점점 더 많이 하는 건지, 이런 니즈들에 답을 주는 것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서울시 관악구의 한 횡단보도에 의자가 설치되어 있다고 합니다. 가보지 않아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사진을 보면 신호등 하단에 설치된 것 같습니다. 접혀 있는 것을 아래로 내리면 아담한 사이즈의 의자가 됩니다. 초록불이 켜지기까지, 그 의자에 앉아 몇 초간의 휴식을 누릴 수 있게 배려했습니다. 관악구가 처음이 아니랍니다. 2019년 남양주의 한 경찰관의 아이디어로 등장한 장수의자가 있습니다. 그 후에 대전, 구리, 청주 등으로 확대되었다고 합니다. 좋은 생각은 널리 널리 퍼져야 합니다.

 

시니어 디테일 'BUY BIG'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지하 1층 슈퍼마켓에도 시니어 디테일이 잘 살아 있는 무언가를 볼 수 있습니다. ‘BUY BIG' 라는 섹션이 한쪽 벽에 있습니다. 커다란 걸 구매하는 행위와 관련 있어 보이는데요, 그렇습니다.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을 가면 무게가 꽤 나가는 상품들을 살 때가 있습니다. 20개들이 생수라든가, 10kg 혹은 20kg, 대용량 세제도 꽤 무겁습니다. 이렇게 무거운 상품들을 사러 쇼핑을 하다 보면 두 가지가 불편합니다. 쇼핑카트에 옮기는 데 힘이 들고요, 무겁고 부피가 큰 물건들이라 카트의 공간을 꽤 차지합니다. 낑낑거리며 카트를 끌고 다니고 산처럼 물건들을 쌓은 다음 계산대로 가야 합니다. 그런데, 더현대 서울 슈퍼마켓에서는 그러한 불편을 없앴습니다. 이곳에서는 매대에서 무겁게 카트로 일일이 옮겨놓지 않아도 됩니다. 생수를 사려면 '생수 카드'를, 쌀을 사면 '쌀 카드'만 빼서 카트에 놓으면 됩니다. 주머니에 넣어도 되겠죠. 카트 공간도 넉넉하게 다른 상품들 넣은 다음 계산대로 와서 카드만 제시하면, 카드에 표시되어 있는 상품들을 직원이 편하게 가져다줍니다. 참으로 편리한 시스템입니다. 고객들만 좋은 건 아닐 겁니다. 슈퍼마켓 입장에서도 매대에 꽉꽉 무겁고 부피 큰 상품들을 진열해놓을 필요가 없으니 공간 활용 면에서도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맥주의 디테일 '보고십엇소' 수제 맥주

제가 사는 동네인 경기 덕양구 화정에 퓨전 선술집이 있습니다. 자주 지나가고 가끔 들어가는데 늘 손님들이 많이 있습니다. 줄을 서서 대기하는 모습도 자주 봤습니다. 왜 그런지 생각해봤습니다. 일단 분위기가 좋습니다. 동네 술집(?)임에도 강남의 분위기 좋은 술집 같습니다. 주 손님 층은 2~30대입니다. MZ세대가 좋아한다는 거겠죠. 안주의 종류도 다양하고 하나 같이 맛이 좋습니다. 일반적인 술집 안주들하고는 결이 다른 콘셉트가 많습니다. 제가 이 집을 좋아하는 제일 큰 이유는 주류 구성입니다. 보통 술집을 가면 주류 구성은 소주, 맥주, 막걸리의 빅3이고 각각 많아야 10종 가량입니다. 소주는 참이슬, 처음처럼, 진로, 청하, 새로에 좀 있는 집들이면 대선, 보해 등을 비치해놓습니다. 맥주에는 카스, 테라, 하이트, 한맥이 기본이겠고 여기에 외국 맥주 정도 몇 개 갖다놓으면 괜찮은 집입니다. 막걸리로 장수, 지평으로 기본 깔아주고 플러스알파 정도 있으면 좋은 거겠죠. 그리고 생맥주가 있으면 더욱 좋겠고요. 그런데 이 집은 소주와 맥주가 일단 각각이 50종은 너끈히 됩니다. 소주도 처음 들어보는 소주들이 많이 있고, 맥주도 자주 보는 10여 종 외에 요즘 많이 찾는 수제맥주 브랜드들이 수십 여종이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 막걸리는 없습니다. 대신 생맥주가 국산 맥주 말고도 외국 맥주 생맥주가 있고, 수제맥주 생맥주도 있습니다. 저도 나름 꽤 많은 술집을 다녀봤는데, 이렇게 다양한 구성을 한 집은 보지 못했습니다.

진짜 얘기는 지금부터입니다. 제가 이 집 얘기를 꺼낸 건 디테일을 말하기 위해서입니다. 수제맥주를 판매하다가 사장님이 거기에 꽂히셨는지, 술집 이름을 브랜드로 수제맥주를 직접 만드셨습니다. ‘보고십엇소라는 브랜드의 수제맥주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갑니다. 누구나 사전에 신청을 하면, 보고십엇소 수제맥주 캔에 문구를 새겨줍니다. 예를 들어, '영주야, 생일 축하해' 라거나, '윤여정 어머니, 사랑합니다', '현조야 취업 축하한다!' 같은 문구를 미리 주문하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캔맥주를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야말로, 맥주의 디테일입니다.

 

시니어를 위한 디테일 사례 몇 가지를 봤습니다. 그런데, 시니어 디테일은 단지 시니어들만 좋은 게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시니어가 좋고, 시니어를 배려하는 생각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좋은 것입니다. , 모두를 위한 디테일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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